#1
오랜만에 근황을 남겨봅니다. 막상 쓰려고 앉으니 생각보다 쓸 이야기가 많지는 않네요.
요즘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이렇게 괜찮았던 게 정말 오랜만이라 스스로도 꽤 놀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랬던 게 벌써 3년도 더 된 것 같은데, 그때의 제 모습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죽을 맛이었던 걸 생각하면, 사람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회사 이야기는 앞으로 조금 더 조심스럽게 하려고 합니다. 대단한 기밀을 쥐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자세한 이야기보다는 요즘의 생각과 소감 정도만 짧게 적어보려 합니다.

이직을 하게 됐습니다. 장기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은지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에요. 앞으로는 AI, 그리고 하드웨어와 밀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는 게 제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지금 회사는 그 방향과 잘 맞닿아 있습니다. 도메인 자체도 마음에 들고, 처음부터 핵심 업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엔지니어 중심적인 문화 역시 여러모로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어디를 가든 저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었고, 그 점은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은 좋은 조직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 기대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성장할 기회가 생겼다는 게 새삼 고맙습니다. 모처럼 저 자신도 괜찮아진 만큼, 더 잘해보고 싶습니다.
일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2
앞에서 정신적으로 많이 좋아졌다고 했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번아웃이 꽤 심했습니다. 이러다 한동안 길게 쉬어야 하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어요.
돌이켜보면 저는 쉬는 동안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에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늘 따라다녔어요. 그런 죄책감을 연료 삼아 계속 스스로를 몰아붙여 왔던 것 같습니다. 몸은 쉬고 있어도 마음은 계속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던 셈이죠.
결국 그렇게 하루하루를 불태우며 살다 보면, 언젠가는 더 버티지 못하는 시기가 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번아웃을 겪고 나서야 쉴 때는 제대로 쉬어야 한다는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어요. 적어도 제게는 뭘 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쉬는 시간만큼은 정말 모든 걸 내려놓았습니다. 목표나 이런저런 고민도 전부 잠시 접어두고, 최대한 도피한다는 마음으로 지냈어요. 그렇게 쉬어보니 마음이 훨씬 평온해지더라고요.
가끔은 이렇게 모든 것에서 도피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나니, 이제는 쉬는 날 하루 종일 게임만 해도 죄책감이 들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너무 느슨해진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크게 안도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을 텐데, 이제는 그냥 즐겁게 놀고 쉴 수 있게 됐으니까요. 제게는 그 변화가 마음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느 정도 회복되면 다시 달려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쉬는 동안 다음에 얼마나 더 열심히 달려야 할지까지 생각하지는 않으려고요. 이렇게 마음 편히 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3
그래서 이번에는 일보다는 취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아마 이런 근황을 더 자주 남기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 ! ! + 비 씹 덕 주 의 + ! ! 🤚
🚨 경 고 했 음
위에까지는 대충 AI와 함께 적당히 글을 썼는데..
아무래도 사적인 취미 얘기를 하는데 공적인 말투를 쓰기 쉽지 않다
고로 좀더 가벼운 저렴한 말투로 일기장이나 써보도록 하자.
# 3-a
리제콘
요즘 너무 정신이 없어서 예매 준비는커녕 예매날이 지나고도 잘 모르고 있었는데
매우 감사하게도 좋은 지인 덕에 스탠딩석 앞쪽에서 볼수 있었다

일단 왼쪽이 나다. 화정체육관이라서 유니콘 티를 쌀먹하는 모습, 사실 굿즈 구매도 깜빡해서 현장에 가서 천마봉이랑 이것저것 샀다고 한다.
확실히 스탠딩석이 좋다. 누구보다 방방 뛰었는데 끝나고나서 허리부터 시작해서 온몸이 아팠다고 한다
그래도 여운이 남으니까 좋다.

번외로 스텔콘때도 누구보다 방방 뛰었는데, 덕분인지 운이 좋게도 유튜브에도 대문짝만하게 본인 뒷모습이 나왔다고 한다.
초반부터 혼자 벌떡 일어나서 관종행동을 잘했다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인방은 그렇게까지 보지는 않는 편이다. 노래만 좀 듣는데, 가끔 나나노래 들으면 맛있는듯 하다.
(+ 글을 적었던 시점 이후에 노래방이 하나 있었다. 이거 좀 지림)
그 외에는.. 린 커버곡이 취향이 맞다. 그리고 최근에 한량1234라는 미식 j-pop 픽을 찾았다. 이사람도 가끔 듣는다.
(+ 글을 적었던 시점 이후에 스텔 4기가 발표됐다. 상당히 기대되는 부분이다. 근데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콘서트 해주면 감)
# 3-b
게임
일단 가장 즐기고있는건 뭐니뭐니해도 붕스 (붕괴:스타레일) 이다.
요즘 스토리는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듯 한데.. 연출이 발전이 없는게 큰 요소인 듯 하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극호 라고 할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철학적인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서, 대단한 연출이 없어도 중간중간 곱씹어볼만한게 나오면 그게 참 좋다.

개인적으로 설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지니어스와 지식 운명의 길인데,
테크 오타쿠들 아니랄까봐 여기서 나오는 지니어스들은 실제 연구자들을 빼다 박은듯한 느낌이 강하다. 진짜 입만열면 '호기심' 이라는 단어를 달고 사는데. 보고 있으면 자기 지능보다도, 자신의 호기심에 미쳐 사는 것 같다.




영상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SffBBo40bA (OpenAI 엔지니어와의 인터뷰)
근데 요즘 들어서 이 문장들을 복기해보면 호기심이야 말로 연구자를 나타내는 가장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특히 지금같은 AI시대에, 이미 알고 있는 지식에 안주하는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인지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낯선 것을 탐구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태도와 능력을 총칭하는 단어를 '호기심' 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고, 최근 프론티어 랩 인터뷰를 구경해도 curiosity(호기심) 이 단어를 달고사는 인터뷰를 많이 봤다.
걍 뭐 이런식으로... 스타레일이 내용이 난해하긴 한데.. 깊게 고민해보면 교훈적인 것들이 많다.
적다보니까 생각난건데.. 과연 위에 내용이 남들한테 재미 있을까? .. 나한테만 재미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까지만 하겠다.
그외에 하는 게임은...

시간 날때 이걸 하고있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는 재밌긴 하다. 근데 대중적으로 추천할만한 라이트한 게임은 아니여서 여기서는 넘어가겠다.

이건 좀 오래전이긴 한데 이것도 했다. 김형진 인생 GOAT 작품상을 수여했다고 한다. 김형진은 나다.
# 3-c
애니메이션
사실 애니메이션은 좀 안본지 한참? 2~3년은 됐는데, 올해 어쩌다보니 꼭 봐야만 하는 ... 사정이 생겨서
본의 아니게 좀 먹어봤다. 생각보다 재밌는게 많더라.
대충 봤던것들 목록이다.

프리렌
GOAT
슴슴하긴 한데 그이상으로 와닿는게 많았다

메달리스트
재밌었다. 운동선수가 가지게 될 현실적인 고민들을 많이 엿볼 수 있는데,
알고리즘 업계도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많아 공감이 많이 됐다.

에이티식스
뇌빼고 보는 작품인줄 알았는데
끝까지 본 값은 했던것 같다. 올해 울었던 기억이 이거 볼때 빼곤 없다.

ㄱ-
나는 봐야만 했네
사실 재밌었던것 같기도 하다. 내용은 기억이 안나고 봤다는 기억만 남았다.
# 4
올해 가장 뿌듯했던 일을 꼽자면, 내 일은 아니지만 2026 IOI (국제정보올림피아드) 에 한국인 두 명이 출제자로 참여했다는 소식이다.
두명 다 피갤컵때 같이 운영한 사람들이여서, 그리고 두명 다 피갤컵 이후 출제를 많이 하게 된 분들이여서 특히 너무 자랑스러웠다.

pyb쌤은 1회 피갤컵 열었을 때부터, 2회 3회 모두 다 운영진으로 참가한 (나를 제외하면) 유일한 멤버인데,
솔직히 피갤컵의 퀄리티를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많은 기여를 했었다.
pyb쌤의 문제들은 정말 너무 좋아서 운영하는 입장에서 항상 자랑스러웠는데 IOI출제자가 되어 너무 기쁘다.
루나쌤도 2회, 3회 출제진이였고 항상 문제가 워낙 좋았는데,
피갤컵 이후로 엄청난 출제자로 성장해서 여러 대회에서 자주 보인다. (pyb쌤과 함께)
pyb쌤과 비슷하게 사고력 위주의 문제를 많이 출제하는데, 요즘같은 ai시대에 특히 중요한 유형이라고 본다.
그래서 얼마 전에 IOI 출제도 해볼 만하지 않냐고 말했던거 같은데, 이미 출제자였다니.. 매우 자랑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정말 좋아한다.
누군가에게는 피갤이 뭔데? 싶을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느냐보다 그 안에서 무엇을 기여하느냐라고 생각한다.
물론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자신을 잘 마케팅해서 좋은 조직에 들어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름에서 자부심을 느끼기보다는, 그 집단 안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과 만들어낸 기여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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